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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 029

칼라북 번호가 달라도 괜찮다: OpenClaw로 만든 칼라 매칭기

타사 칼라북 번호를 입력하면 자사 칼라북에서 가장 가까운 후보를 찾아주는 프로그램. CLI로 가능성을 확인하고 GUI까지 완성해 지금도 현장에서 쓰고 있는 제작 기록.

칼라는 눈으로 보면 비슷한데, 번호로 보면 전혀 다른 언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외부에서 받은 칼라 번호는 한 체계를 따르고, 실제 작업에 사용하는 칼라북은 또 다른 체계를 쓴다. “이 색과 가장 가까운 우리 쪽 번호가 뭘까?”라는 질문이 생기면 결국 두꺼운 칼라북을 펼쳐 한 장씩 넘기게 된다.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작은 확인 작업이 제법 큰 일이 된다.

그래서 OpenClaw에게 물었다.

“타사 칼라북 번호를 넣으면, 우리 칼라북에서 가장 비슷한 번호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지금도 잘 쓰고 있는 칼라 매칭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같은 색을 서로 다른 번호로 부르는 문제

칼라북마다 색을 분류하고 번호를 붙이는 방식은 다르다. 한쪽 번호를 다른 쪽 번호로 단순 치환할 수 있는 공식 표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직접 칼라칩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지만, 후보가 많아질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판단도 흔들린다.

내가 원한 것은 완벽한 정답을 대신 결정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많은 색 가운데 확인할 만한 후보를 빠르게 좁혀주는 도구였다.

프로그램의 역할은 단순하게 정리했다.

  • 외부 칼라북의 번호를 입력한다.
  • 해당 색의 RGB 값을 불러온다.
  • 자사 칼라북 데이터와 색상 거리를 비교한다.
  • 가까운 후보 다섯 개를 유사도 순으로 보여준다.
  • 마지막 판단은 실제 칼라북을 대조해 결정한다.

첫 번째 성공은 검은 터미널 창이었다

처음부터 예쁜 화면을 만든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만든 것은 터미널에서 실행하는 CLI 버전이었다.

번호를 입력하면 글자로 결과가 나오고, 가장 가까운 후보와 유사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RGB 값이 데이터에 없으면 직접 입력해 저장하는 기능도 붙였다. 핵심 계산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처음 결과가 순서대로 출력됐을 때는 꽤 신기했다. 칼라북을 무작정 넘기기 전에 “우선 이 번호들부터 확인해보세요”라고 프로그램이 범위를 좁혀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쓰기에는 불편했다.

  • 프로그램을 쓰려면 터미널을 열어야 했다.
  • 입력 순서를 기억해야 했다.
  • 결과가 글자로만 나와 한눈에 비교하기 어려웠다.
  • 다른 사람이 쓰기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기능은 성공했지만 아직 ‘내가 만든 테스트 도구’에 가까웠다.

계산이 되는 것과 쓰기 좋은 것은 달랐다

CLI 버전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프로그램은 정답을 계산하는 순간보다,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업무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OpenClaw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목표는 계산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용 경험을 바꾸는 것이었다.

코드 입력칸을 만들고, 매칭 버튼을 붙이고, 결과를 표로 정리했다. 후보 순위와 칼라 번호, 이름, 유사도, RGB 값을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번호가 들어오면 RGB 값을 추가해 다음부터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도 저장했다.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거나 버튼을 한 번 클릭하면 결과가 나온다. 프로그램을 닫았다 다시 열어도 필요한 데이터는 이어서 쓸 수 있다. 검은 창에 명령을 입력하던 프로그램이 드디어 하나의 GUI 앱이 됐다.

가장 가까운 색이 반드시 같은 색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RGB 값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가까운 후보를 찾는다. 숫자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칼라 가운데 검색 범위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화면의 색과 실제 도료의 색은 완전히 같지 않다. 모니터 상태, 조명, 소재, 광택에 따라 보이는 색이 달라질 수 있고, RGB가 가깝다고 실제 칼라칩까지 똑같다는 뜻도 아니다.

그래서 결과 화면에는 일부러 중요한 안내를 남겼다.

“최종 선택 전에는 반드시 실제 칼라북으로 대조해 보세요.”

AI와 프로그램은 후보를 빠르게 찾고, 사람은 실제 칼라칩을 보며 최종 판단한다. 이 역할 분담이 이 도구를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줬다.

CLI에서 GUI까지, 그리고 지금도 사용 중

이 프로그램은 거대한 서비스도 아니고 모든 색을 완벽하게 판정하는 인공지능도 아니다. 대신 내가 반복해서 겪던 불편을 정확히 줄여준다.

예전에는 외부 칼라 번호를 받으면 칼라북부터 펼쳤다. 지금은 프로그램에 번호를 입력해 후보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실제 칼라칩 몇 장만 비교한다. 찾아봐야 할 범위가 줄어드니 작업 속도도 빨라지고 놓치는 경우도 줄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만들어놓고 끝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이다. CLI에서 시작해 GUI로 발전한 뒤, 지금까지도 실제 업무에서 계속 사용하고 있다.

OpenClaw와 함께 만든 도구 중에는 실험으로 끝난 것도 있지만, 이 칼라 매칭기는 책상 위에 남았다. 필요할 때 실행하고, 번호를 넣고, 후보를 확인한다. 어쩌면 성공한 자동화란 거창한 기능보다 오늘도 자연스럽게 다시 켜는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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